詩 作

哀傷

湖月, 2008. 8. 21. 10:01

 

 

 

 

 

 

 

 

노을이 된 애상 (哀傷)/ 안행덕


얼마나 마시면 흔들릴까.

얼음 몇 조각 유리컵에 넣고

시바스를 약간 부어 흔들어 본다

코끝에 알짱거리는 향기를 탐하며

혀끝으로 슬쩍 음미한다.

  

넋 놓아버린 그대에게 내 몸을 통째로 맡기고

차오르는 설움을 슬금슬금 풀어 넣고 있다

야릇한 짐승의 본능을 흉내 내보고 싶은 욕망으로

천천히 전율을 느끼며 알콜의 내력이

애증에 타는 목줄을 타고 흐른다


점점이 흐려지는 초점은 무언의 갈증으로

흔들리는 술잔에 병든 내 영혼을 띄우고

어둠의 바다를 항해하노라면

외면할 수 없는 그대 노을빛으로 다가오고

나는 그 노을에 젖어 슬픈 사랑을 통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