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 구재기
湖月,
2009. 6. 28. 22:54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 구재기
지난밤의 긴 어둠
비바람 심히 몰아치면서, 나무는
제 몸을 마구 흔들며 높이 소리하더니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더 푸르다
감당하지 못할 이파리들을 털어 버린 까닭이다
맑은 날 과분한 이파리를 매달고는
참회는 어둠 속에서 가능한 것
분에 넘치는 이파리를 떨어뜨렸다
제 몸의 무게만큼 감당하기 위해서
가끔은 저렇게 남모르게 흔들어 대는 나무
나도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어둠을 틈 타 참회의 눈을 하고
부끄러움처럼 비어있는 천정(天頂)을 바라보며
내게 주어진 무게만을 감당하고 싶다
홀가분하게 아침 햇살에 눈부시고 싶다
대둔산 구름다리를 건너며 흔들리며 웃는 게 눈부실 수 있다
가끔씩 온몸을 흔들리며
무게로 채워진 바위
그 무게를 버려가며 사는 게 삶이다
지난날들의 모자가 아직 씌워져 남아있는
푸념의 확인, 구름다리 밑의 아찔한 거리로
가끔은 징검징검 흔들리며 살고 싶다
시집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2009. 천년의시작
구재기(丘在期) 시인
충남 서천 출생
공주교육대학·한남대학교 국어교육과·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현대시학’ 시 부문 추천으로 등단
시집 <천방산에 오르다가>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강물>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등
충남도문화상(문학 부문), 시예술상 본상, 대한민국 향토문학상 등 수상
홍성군 갈산고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