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가든파티에서 / 안행덕

湖月, 2019. 1. 1. 18:07





가든파티에서  / 안행덕

 

                               

버몬트(VERMONT)주 브리스톨 시(BRISTOL CITY) 숲 속

푸른 잔디가 융단 같은 신디 네 집 정원

높은 밤하늘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별

시냇물소리도 정다운 가든파티 장

젊은이들의 화려한 축제에 초대되었다.

모두 쌍쌍이다. 한여름 밤 모닥불 옆에서

댄스뮤직 빙글빙글 신바람을 일군다.

찌그러졌던 가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푸른 잔디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별들

고향집 마당에서 보던 밤하늘이다


타오르는 모닥불은 신나는 뮤직에 맞춰

정열의 춤을 춘다

그릴에서 스멀스멀 피워내는 향기로운 살 냄새,

사슴의 살 익고 있는데

초원에서 묵언 수행하던 그 눈동자 슬프다

맑은 영혼이 숯불 위에서 타는 저 소리

큰 산에서 혼자 외로웠던 밤이 싫어

산(山)을 내려왔다 만난, 이 풍요로운 잔치

지금 잔치의 주인이 된 것을 즐기는 사슴아

지난날 회상하면 후회는 없느냐


언제 한 번, 누굴 위해 내 몸 태워 본 일 있는가

나도 한번 저 모닥불에 그을려 보면 어떨까

활활 타는 저 모닥불은 은근슬쩍 나를 유혹한다

죄 없는 저것을 먹고 향기로운 영혼을 닮고 싶다.

삼백육십일 기도 중에 남을 위해 마음 바친 날 몇 날이며

오롯이 기쁜 날이 몇 날이더냐

춤추며 일어설 듯 휘청거리다 스러지는 불꽃처럼

이순(耳順)을 곧추 세워 보지만 패배의 신은 발목을 잡는다

욕심과 이기로 찌든 나그네인 걸 잊었느냐고


열정이 넘치는 이국의 가든파티 장

잘못 배달된 소화물처럼 낯설고 물설어

눈 둘 곳 몰라 방황하는

푸른 초원을 잃어버린 슬픈 한 마리 사슴이 되어

글썽이던 슬픈 사슴의 눈동자를 닮아 가고 있다

시집 『숲과 바람과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