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잔의 자유(詩集)

가을 간이역

湖月, 2018. 10. 13. 13:44




가을 간이역



두 줄의 긴 선로 변에서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가을처럼 피어있는 꽃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기차는 기적을 울리고

기적이 울릴 때마다

두근거림을

살랑살랑 흔들림으로 말하는 저 살살이처럼

작은 간이역에 추억 같은 긴 그림자로

막막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 있는 여자

) -->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

당신이 도착할 레일 따라

열차는 정시에 멈춰 서지만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다

텅 빈 대기실을 기웃거리는 코스모스

그리움으로 길어진 목이 안쓰럽다

) --> 

날은 저물고

그리웠던 날들을 회상하듯

달빛만 내려와 빈 벤치를 지키고

갈 곳 잃은 가랑잎만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