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간이역

湖月, 2008. 3. 29. 10:24

 

 

간이역 /안행덕

 

 

외딴 시골 간이역,
진종일 몇 번이나 열차는
동행을 기다리며 멈춰 서지만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다
텅 빈 대합실을 지키는 노파의
광주리 사과는 윤이 나고
가끔 침묵을 깨듯
기적을 울리며 산모퉁이를
빠져나오는 추억 같은 긴 그림자
그리웠던 날들을 부르는 듯
울음이 들어 있는 기적소리 남기고
미련 없이 다시 떠난다
인생이 무어냐고 사는 게 무어냐고
밤 열차는 물음표를 던져도
사는데 이력이 난 역무원의 무심함
그냥 코방아를 찧는다
텅 빈 대합실에 나뒹구는 낙엽
사과장수 할머니의 시선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200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