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검은 맛 / 박지영
湖月,
2018. 11. 16. 21:15
검은 맛 박지영
오래 전 엄마 젖꼭지에 묻었던 금계랍
겁나게 검은 맛
어른이 되는 건
쓴맛의 깊이를 알게 되는 것
깊이 잠자고 있던
덤불 속 새떼들 날아오르듯
뒤늦게 맛들인 쓴맛
어떤 맛으로도 바꿀 수 없는데
엄마는 쓴나물 맛있다 했었지
씁쓰레한 건 몸의 맛이고 탄생의 맛,
그걸 잊지 못해 나도 자꾸 쓴나물에 손이 가는데
영혼이 깃든 검은 맛
암것도 모르고 그 때 이미
인생의 쓴맛 알아버렸다
- 시집『검은 맛』중에서
박지영 /
1956년 경북 의성 출생
1992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서랍 속의 여자』『귀갑문 유리컵』『검은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