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고백

湖月, 2019. 7. 25. 14:14



고백 / 안행덕

 




 

 

 

실바람 살짝만 불어도

 

은사시나무 

 

부끄러운 척 잎을 비튼다

 

바람이 조금만 아는 척

 

흔들어 주면

 

숲은 일제히 일어서서

 

남몰래 감추었던

 

숨겨둔 아름다운 은빛 밀어들

 

연서를 쓰듯 술술 풀어낸다

 

 

 

채워도 채워도 부실한 문장文章

 

백지 위를 오르락내리락 드나들며

 

쌓은 이력이라는 게

 

썼다 지워다 붙였다 뺐다

 

감추고 비틀다

 

은사시나무를 생각한다

 

스치는 바람에도, 아름다운 문장

 

슬슬 엮어내는 저력

 

숨겨둔 은빛 밀어는 얼마나 될까

 

길 잃은 바람 따라 헤매지 말고

 

숲에 들어가 저들의 속삭임이나

 

받아 적어 볼거나

 시집 『숲과 바람과 시 /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