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그리움이 문제다 ㅡ 임영석

湖月, 2006. 1. 1. 21:44

그리움이 문제다

 

임영석

 

내가 스물 두살 때 어머니 돌아가시고

염(斂)을 모신다고 하는데

칠성판 위에 곤하게 주무시는 어머니

 

장포(長布) 7척 두루두루

북망산천 가는 길 춥지 않게 입히시는데

온 몸 꽁꽁 스물 한 매듭으로 묶어 놓으시니

저렇게 염(斂) 할 놈이 나라는 것을

뉘우치고 뉘우쳤다

 

그후, 나는 스무 해를 넘게 더 살며

임종 무렵 어머니 모습을 떠나보내지 않고

내 가슴에 염(斂)을 해 모셔 놓고

어머니,어머니, 통고하며 산다

 

그리움이 문제다

아직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머니는 새벽 마다 새벽 밥을 지어

내 머리맡에 놓고 내 잠을 깨운다

 

나는 그 밥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는데

그냥 먹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시 한 편 읽어 주고 먹는다

 

밥값 대신 읽어주는 시가

어머니는 맘에 안 드시는지

늘 한마디 하신다 "너는 그 그리움이 문제다"는 말

아직 나는 이생강의 대금 소리처럼 잘 풀어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