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꽃분이네 가게

湖月, 2015. 12. 25. 17:19

 

 

 

 

 

<꽃분이네> 가게

 

꽃분이 참 예쁜 이름이다. 정답고 친근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이름 가진 사람 없다.

친근하고 정다운 우리말로 지은 이름 보다,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하고 현대적인 이름을 선호한다.

 

얼마 전 남편과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전전 세대에게는 정말 마음에 와 닿는 감동적 영화였다.

 

6.25 전란으로 1.4 후퇴로 부산으로 피난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 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되는데…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우리는 국제시장 꽃분이네 가게 한번 찾아가 보자 했는데

오늘에야 가보았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에는 모두 설레기도 하고 출판기념회다, 송년회다

크리스마스까지 바쁘지만, 나이가 든 사람들은 왠지 쓸쓸하기도 한 달이다.

더구나 자식들이 외지에 있는 나는 여기저기 모임이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데 내 마음을 짐작했는지 남편은 우리 광복동에 나들이 가잔다.

남포동, 광복동 빛의 축제도 있고 부평동 야시장, 먹자골목, 자갈치 시장까지

천천히 걸으며 추억을 더듬고 크리스마스이브라고 몰려나온 인파에 밀리며

예전에 영화<국제시장>에서 본 꽃분이네 가게를 물어서 찾아갔다.

하얀 간판으로 <꽃분이네>라 걸려있는 잡화점을 찾았다.

영화에서 본 분위기는 없고 그냥 잡화 가게였지만 기념으로 양말 몇 켤레를 사고

야시장으로 건너가 여기저기 구경하고 광고 이벤트도 참여해보고 군것질도 해보고

나이를 잊고 젊은이들의 무리에 묻혀 둘만의 송년회를 했다.

 

2015.12.24 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