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나는 죄인이다
湖月,
2008. 7. 13. 19:23
나는 죄인이다 / 안행덕
다 낡은 신발 미련 없이 버렸다
뒤축도 닳고 볼도 터지고 참으로 볼품없이 헤졌다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돌아보니 서러워 훌쩍거린다.
그는 파란만장한 제 지나온 길을 서러워하고
나는 그냥 안쓰러운 그를 보고 있다
자갈길도 진창길도 말없이 걸어주던 그가 아닌가
소리 없이 납작 엎드려 곁눈질로 나를 본다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는 난 죄인이다
양산 천주교 공원묘지에 어머니 누워계신다
오래된 비석의 낡은 비문에 흔들리며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그녀가 있다
나는 살아생전 그녀의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내 어릴 적 신열로 앓아누웠을 때 냉수로 목욕재계하고
장독에 정화수 떠놓고 밤새워 두 손 모아 빌고 빌다
쓰러지신 그 정성 아직도 그대로이다
지푸라기처럼 힘없는 노구로 눈물 같은 골짜기 허이허이 가실 걸
날 위해 부엌의 조왕신 장독대의 장독 신께 빌다가 야위어진 손
그 손 잡고 오순도순 정담 나누며 머나먼 길 동행하지 못하고
어두운 움막 같은 그곳에 매정하게 어미를 버리고 간다고
쑥덕쑥덕 쑥국새가 우는 그 산에 눈물 젖은 정
해진 신발처럼 버리고 온 나는 참으로 큰 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