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낯선 풍경
湖月,
2012. 3. 8. 22:35
낯선 풍경 / 안행덕
어수선함이 지나간 오후 구치소 대기실
묘지처럼 고요하고 퀴퀴하다
난생처음 두부 한모 사들고
낯선 묘지 속을 두리번거리며 서성인다
보석으로 출소하는 대기업 임원인 오촌 조카
두 시간의 기다림에 지친 한숨 터질 때쯤
출입문에 정박한 시린 얼굴이 걸려있다
구겨진 정장의 추레함을 감추려는 듯
허허허 낯설게 웃는다
능청스런 푸른 말씀이 흉흉한 독버섯인 줄 몰랐고요
정도를 지키며 사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며
세상만사 우습게 보면 안 되겠더란다.
고생 많았지? 야윈 당숙 부의 위로가 쓰러질 듯
그에게 닿자 후련한 몸짓으로 말을 받는다
무력해진 단절의 세상에
빗장 닫는 소리가 고막을 치던데요
당숙 내미는 두부 한입 물고
세상은 두부처럼 말랑한 게 아니더라고
절절함이 배인 떨림 하나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