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농월정 / 안행덕

湖月, 2020. 5. 9. 20:25

 

 

    농월정(弄月亭)

 

                            호월 안행덕

 

 

 

 

 

 

 

저만큼 높이 언제 올라갔는지 저~ 달

온화한 미소로 조용히 세상을 내려다보는데

정자 아래 너럭바위 사이를

조심조심 흐르는 여울에 빠진 저 달 보소

부끄러운 줄 모르고 발가벗고 미역을 감네

요염한 자태에 이미 할 말 잊은 나그네

달빛이 지어내는 시 한 수에 취해

달아달아 이리와 내 술 한잔 받게나

 

 

나그네의 희롱에도 눈섭 하나 까딱 않고

물가에 아찔하게 나신으로 누운 달

능청스럽게 명쾌한 시 한 수로 응대하니

정자에서 거드름 피우던 나그네

술에 취하고 월광에 취해서

오늘 밤 잠 못 이루겠네

 

 

 

 

시집 『바람의 그림자』에서

 

 

 

 

 

 

농월정 위치 -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농월정길 9-13[월림리 산 92-1

 

* 조선 선조관찰사예조 참판을 지낸 지족당() 박명부가 정계에서 은퇴한 뒤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소실되었다. 2015년 복원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