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누루발 / 안행덕

湖月, 2012. 3. 11. 19:01

 

 

출처 내 영혼의 깊은 곳 | 마경덕
원문 http://blog.naver.com/gulsame/50136170447

 

 

노루발 / 안행덕

 

 

먼 하늘 그리워 울음 삼킨 숲

잎마다 푸른 그늘이 내려앉은 그곳

어둠을 빠져나온 여린 노루발 꽃송이

전설을 방울방울 피워내고 있다

 

 

은혜를 아는 노루는

산에만 발자국을 찍는 게 아니었구나

금세 무너질 것 같은 옹색한 달셋방

달빛을 콩콩 찍고 가는 발자국도 있다

 

 

매일같이 낯선 길을 돌고 도는

수선 집 재봉틀에 달린 노루발

허기진 발로 밥 한 공기 찾아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

구닥다리 낡은 세월 뒤집어가며

이웃의 서러움도 꾹꾹 밟아 기워내는 발

 

 

툭툭 뜯어진 옷깃, 털어내는 발톱 끝에

싸라기처럼 묻어나는 실밥을 먹고

야윈 발가락이 절룩거릴 때마다

덧대고 이어주면 드디어 빛나는 진실

오늘도 생의 늑골 밑을 환하게 비춘다

 

시집 <숲과 바람과 詩> 2012. 세종출판사

사진<네이버 블로그>씨티(c_train)님

 

 

 

 

 

안행덕 시인

 

<시와 창작>으로 등단

한국 현대 문학 100주년 기념탑 건립 공모 시 당선

푸시킨 시 문학상 수상

황금찬 시 문학상 수상

시집 <꿈꾸는 의자> <숲과 바람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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