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달빛과 거미 湖月, 2008. 9. 20. 09:26 달빛과 거미 / 안행덕 열이레 달빛이 처마 밑 어둠을 밀어낸다 어둠에 익숙한 거미 한 마리 조심스러운 사냥을 꿈꾼다 조심조심 묶어둔 거미줄에 걸린 환한 달빛 살아서 퍼덕거린다 한번 걸린 먹이는 놓아 줄 수 없다는 듯 예리한 발톱으로 줄을 당긴다 출렁,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날렵하다 풍경도 없이 사라지는 척 바람에 흔들리는 달빛을 슬쩍 바람 사이에 가볍게 옭아맨다 그렁그렁한 슬픔 하나 어둠에 매달아 놓고 보이지 않는 덫으로 달빛을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