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대숲에서

湖月, 2019. 8. 21. 10:54



대숲에서 / 안행덕


 

하늘 제일 높은 곳 그곳에 하늘빛 소원을 담아

청청 푸른 꿈을 키우며 산다

청빈한 새벽을 마디마디 새기며

가난을 사랑하였기에

마음을 비우는 일은 즐거운 낙이었지

빈방에 창문을 열고

미망을 헤매는 바람을 불러들이면

열 손가락은 음률을 퉁기고

절망이 깊을수록 언약도 깊었어라

 

꼿꼿한 성깔 대쪽같다. 나무라지만

청춘도 인생도 바람인 것을

바람도 구름도 믿을 것 못되니

믿지 못할 내일을 위하여

곧은 댓잎에 입 맞추며

늴니리 타령, 흥 타령으로 살리라

 

외곬의 정갈함에

전설도 잃어버린 바람 앞에서

애써 감추려는 그리움 서럽기도 했어라

한 음절 넘길 때마다 굵어진 마디

절개의 고뇌는 미완으로 남겨두고

시린 마디마다 고이는 꿈은 완강한

직립을 추구하며 청청 더 푸르러라

 


 


시집『숲과 바람과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