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동짓날 밤 / 국보문학

湖月, 2018. 2. 28. 11:51



동짓날 밤 / 안행덕



마른 바람이 삭정이를 흔들며

외로운 듯 천천히 지나가는 밤

동지 팥죽에 생의 무딘 이야기 한 술

집어넣고 휘휘 저어본다

그때는 고운 수수 빛깔 술 한 모금에

세상이 다 내 것인 줄 알았지

긴긴날 수없이 길어 올리고 풀어낸 세월이건만

동짓날 밤은 어쩌라고 잠마저 달아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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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지우면 또 새날이 온다며

곡절 많은 사연일랑

달아나는 밤바람에 던져주고

아늑하고 따듯한 고향으로

돌아오라 말하던 널 그리며

내 나이만큼 새알심을 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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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동지 팥죽 한 그릇 비워 내며

덧없이 흘러간 세월을 헤아려 보는데

섬섬閃閃히 늑골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

겨울바람 소리에 묻혀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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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한국 국보문학  2018년 3월호 초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