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 윤성학
마중물 / 윤성학
참 어이없기도 해라
마중물, 마중물이라니요
마중물 : 펌프로 물을 퍼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먼저 윗구멍에 붓는 물
(문학박사 이기문 감수 「새국어사전」제4판, 두산동아)
물 한 바가지 부어서
열 길 물속
한 길 당신 속까지 마중갔다가
함께 뒤섞이는 거래요
올라온 물과 섞이면
마중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텐데
그 한 바가지의 안타까움에까지
이름을 붙여주어야 했나요
철렁하기도 해라
참 어이없게도
- 『당랑권 전성시대』(창비, 2006)
*
어느 여성 개그맨의 말이 요즘 장안에 유행이랍니다.
"차암 쉽죠~잉"
오늘은 윤성학 시인의 시, <마중물>을 골라봤습니다.
어떤가요?
참 쉽죠~잉^^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쉬운 詩가 실제로 쓰기는 더 어렵다는 것!
윤성학 시인은 그런 면에서 샘이 날 만큼 타고난 시인입니다.^^
수돗물이 전국적으로 보급이 된 지금에야 펌프는 거의 사라진 유물이 되었지요. 내 어릴 때만 해도 집집마다 마당에는 펌프가 있었는데요. 한 바가지 마중물을 붓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면 마침내 지하수가 콸콸 쏟아지고... 한여름 우리집 남자들은 펌프물로 등물을 하곤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마중물... 어서 오라고 어서 내게 오라고 '열 길 물속/ 한 길 당신 속까지 마중갔다가/ 함께 뒤섞'여 그렇게 '올라온 물과 섞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마중물.
그 마중물을 두고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그 한 바가지의 안타까움에까지/ 이름을 붙여주어야 했나요/ 철렁하기도 해라'
그래요 그 가슴 철렁한 이름, 마중물이 사라진 요즘입니다. 펌프야 사라진 유물이 된들 무에 대수일까 싶지만 마중물이라는 철렁한 이름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예수와 석가와 같은 위대한 마중물은 말 해 무엇할까요?
마중물은 커녕 구정물 같은 정치인들을 욕해 무엇할까요?
내 마음 몰라준다고 타박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마중물이 되어 당신의 한길 마음 속에 들어간 적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당신에게 내 마음 한 바가지라도 먼저 섞어본 적 있었던 가요? 미안합니다. 당신.
그러고 보면
'마중물'이란 이 詩, 쉽지 않습니다.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그쵸?
서너 번 읽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쵸?^^
**
"자, 퀴즈를 하나 풀어봅시다."
선생이 테이블 밑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하나 꺼내더니, 주먹만한 돌을 꺼내 항아리 속에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항아리에 돌이 가득 차자 선생이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예"
"정말입니까?"
선생은 다시 테이블 밑에서 조그만 자갈을 한 뭉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항아리에 집어넣고 깊숙히 들어갈 수 있도록 항아리를 흔들었다. 주먹만한 돌 사이에 조그만 자갈이 가득 차자, 선생이 다시 물었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눈이 동그래진 학생들은 "글쎄요"라고 대답했고, 선생은 "좋습니다" 하더니, 다시 테이블 밑에서 모래 주머니를 꺼냈다. 모래를 항아리에 넣고 주먹만한 돌과 자갈사이의 빈틈을 가득 채운 후에 다시 묻는다.
"이 항아리가 가득 찼습니까?"
학생들은 "아니요." 라고 대답했고, 선생은 "그렇습니다." 하면서 물을 한 주전자 꺼내서 항아리에 부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실험의 의미가 무엇이겠습니까?"
한 학생이 즉각 손을 들더니 대답했다.
"우리가 매우 바빠서 스케줄이 가득 찼더라도 정말 노력하면, 새로운 일을 그 사이에 추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선생은 즉시 부인했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 갔다.
"그것이 요점이 아닙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만약 당신이 큰 돌을 먼저 넣지 않는다면, 영원히 큰 돌을 넣지 못할 것이다' 란 것입니다."
오래 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요, 우리 인생에서 큰 돌은 과연 무엇인지...생각해보라고...작은 돌만 채우다가 마침내 큰 돌을 채울 기회를 영영 잃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지금도 신입사원 교육 때면 종종 써먹는 글인데요, 저 선생님의 해석도 그럴 듯 하지만 여러분 나름대로 해석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2009. 6. 15
강원도개발공사 홍보팀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