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문경 새재에서

湖月, 2022. 4. 29. 17:36

문경 새재에서 / 안행덕

  과거보러 가는 길 한양 가는 길

괴나리봇짐에 짚신 매달고 선비가 걷던 옛길

새들도 울고 바람도 구름도 울었다는 고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네

 

 

고개마다 구릉마다 쌓인 사연 얼마인가

주흘산, 조령산의 긴 탄식과 한숨

하얀 폭포가 되고 푸른 계곡이 되었나

벼랑에 매달린 야윈 저 소나무

몰아치는 눈바람 비바람에 제 살 내어주고

기기묘묘 해진 손가락

바위를 잡고 천 년을 버티었구나

 

 

굽이마다 떠돌던 전설, 하늘에 흰 구름 되어

호수에 제 그림자 드리우고 내려다볼 뿐

새재鳥嶺가 된 사연

구구절절 아직도 다 풀어 놓지 못하는가

나 여기 옛길에서 한 잎 풀잎 되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가는 옛날을 만나네

 

 

 

 

시집『비 내리는 江』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