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문예지 발표작 (가을 여자 외2)

湖月, 2007. 10. 8. 23:40

 

 

가을 여자 /안행덕


 

성가시게 보채는 가을바람에

마지못해 떨어진 낙엽

징징대며 구르는 소리에

기약 없는 그대를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추억처럼 쌓인 낙엽

골짜기마다 전설처럼 흩어지는데

한때는 잊으리라 한, 다짐

훌훌 털고 찾아오시려는지요.


살짝 스치는 바람 한 점에도

귀 기울이는 문풍지처럼 화르르 떨며

잊었던 임의 숨소리 기억해 내서

그리움 하나 품게 하는 이 가을

 


숫처녀 가슴처럼 봉곳한 벼랑 아래

나루터

길손을 기다리는 외로운 저 쪽배처럼

오늘도 잠방대는 그리움에 떠있는 여자

 

봉선화 추억 /안행덕


 

울 밑에선 봉선화 꽃그늘이 길게 누울 때

단발머리 똠방치마 가시나 

공깃돌 놀이도 시들해지고

어미를 기다리다 지친

두 귀는 천 만개로 늘어나지요 

봉선화 씨앗처럼 부어오른 두 볼은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데

죄 없는 봉선화 꽃잎만 하릴없이 돌로 찧으며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입속으로 웅얼거렸지


손톱에 봉선화 꽃물들이면

저승길이 밝아진다는 말은 믿지 않아도

해마다 여름이면

비수처럼 다가오는 옛 추억에

분홍빛 채색으로 가슴 적신다.

 

 

월간 모덤포엠 2007년10월호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