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발표작
새가 된 나뭇잎 / 안행덕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가볍게 나는 새를 부러워하다
새가 된 나뭇잎
저무는 노을빛 따라
붉어진 가슴으로 운다
나무와의 別離(별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간절한 잎새의 울음은
물빛 그리움 찾아
꿈꾸는 날갯짓으로 야위어간다
날아보라 부추기는 바람 따라
가을 털고 새처럼 날아
젖은 땅으로 떨어진 나뭇잎
잠 못 들고 뒤척인다
슬픔으로 눅눅해진 날개
돌아누워도 굴러 봐도
새가 될 수 없다는 서러움
그래도 다시 퍼덕여보는
가여운 날개 짓이 애처롭다
강물처럼 / 안행덕
지금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세월 따라 그렇게 피고 질 테지
갈 길이 얼마인지 나는 모른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심한 세월 따라가고 있을 뿐
흐르는 강물처럼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벼랑을 만나면 겁 없이 뛰어내리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영영 모를 피안을 찾아
오늘도 쉼 없이 강물처럼 흘러서 간다.
새벽을 여는 여인 / 안행덕
눈꺼풀에 매달리는 잠을 달래며
천천히 앞치마를 두르는 손이 희고 여리다
어둠이 뒷걸음질치다 고요를 밟는 이른 새벽
졸음을 앞세워 새벽을 여는 사람 앞에
가로등, 졸린 눈을 끔벅거린다.
희미하고 침침한 골목길
자벌레처럼 기어가는 담배꽁초
행인에 밟힌 납작 엎드린 광고지
상처 난 버려진 양심들이 떨고 있다
늘 허기지고 가난한 그녀의 하얀 손
버려진 양심들을 차곡차곡 줍는다.
세상의 별이 되지 못한 사람
주체 못할 염문만 남긴 채 가버린 사람
미움도 여한도 다 싸안고 가버린 웬수
이 길거리에서 서성이면 어쩌란 말이냐
가난뿐인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고
빛바랜 추억을 던지는 순간
그녀의 눈길을 와락 끄는 봄처럼 부푼 폐지
문학광장 2011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