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문예지 발표 ㅡ 모던포엠
湖月,
2008. 1. 23. 11:29
강 / 안행덕
강 같은 나이를 아시나요.
쉼 없이 깎이고도 참
편안히 흐릅니다. 그려
모난 돌에 할퀴고 벼랑에 부딪혀
퍼렇게 멍이 들어도
그 아픔이 참을 수 없어 몸을 뒤틀며
그래도 쉼 없이 가야 하는 길
잊혀갈 세월 서러워
잘게 부서지는 푸른 신음이
햇볕에 그을려 눈이 부시다
글썽이는 눈망울 같은
울먹임이 물비늘 되어 반짝일 때
세월의 아픔을 안고도 처연히 흐르는 강물
저 같은 속 깊은 가슴이 되고 싶다.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비워 내고 싶다
흐르는 세월처럼 처연해도
아무도 몰라주는 나이
속 깊은 저 강물의 나이를 아시나요
낙화암에서 /안행덕
허기진 강물은
느리게 하느적 대며
흔적을 감추려 하는데
천 년을 물속에 갇히어
강바닥을 흔드는 이여
칼날 같은 정절 위에
혼불을 베어 뉘이고
태연하게 꽃잎 되어
떨어진 백제 여인아
시공을 넘어와
고요한 가슴에
이슬 같은 눈물
박하향처럼 뿌리고
비눗방울처럼
허공을 딛고 선 이여
백마강 물 위에
그대의 심장 소리 같은
툭툭 낙엽만 지고
落葉 / 안행덕
눈물 하나
그리움 하나 눈썹에 달고
부드러운 숨소리를
가슴에 담고
태고의 정적을 깨는
너의 한숨소리 들린다
사랑하나
설레임 하나 손에 쥐고
종일토록 하늘을 본다
붉게 채색되어 가는
시린 가슴을
그대가 보고 싶은 날
그리움으로 채운 엽서를 날린다
2008년 1월호 월간 모덤포엠 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