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법

문학 작품 속의 소재접근 유형 ㅡ 유용선

湖月, 2005. 12. 22. 19:04

문학작품 속의 소재 접근 유형 - 유용선

  어떤 소재를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생각의 실마리를 풀려 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크게 네 가지 가운데 하나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각 항목의 첫 글자를 따서 <거, 미, 사, 자>로 기억하면 편하겠습니다.

  ① 거시적인 접근
  ② 미시적인 접근
  ③ 사건이나 정황과 결부시킴
  ④ 자아(自我)와 결부시킴
    특별히 준비된 주제 없이 소재로부터 인식을 끌어내어 작품을 쓰고자 할 때는 일단 위의 네 가지 유형으로 생각을 풀어 나가다 그 가운데 가장 신선한 인식을 택하여 작품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가지 유형으로 출발하여 작품을 전개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나머지 세 가지 특성을 모두 또는 일부 적용합니다. 물론 퇴고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1] 거시적인 접근
  소재의 보편적인 특성에서 경험과 인식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글을 전개하는 유형입니다. 수필에 자주 쓰입니다.
  ‘누구나 날마다 먼지를 먹고 산다’, ‘밤하늘의 별들이 그리운 사람의 얼굴처럼 빛나고 있다’, ‘강물은 인생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말은 어째서 욕인가?’,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라간 여자목욕탕’, ‘음식점 방문 어귀에 구두가 놓여있다’, '그것(=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 ‘세수를 하고 나서 가장 먼저 찾는 것(거울)’, ‘계단은 인위적인 상승이다’, ‘뒷모습이 낯설 때가 있다’ 등등
  [2] 미시적인 접근
  소재의 부분적인 특성이나 특별한 모습에서 경험이나 인식을 이끌어내어 글을 전개해 나가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작품들 속에서는 흔히 수사적인 표현과 파격적인 인식이 자주 사용 됩니다. 시나 단편소설에 많이 쓰입니다.
  ‘부서진 계단’, ‘깨진 거울’, ‘거꾸로 흐르는 강물’, ‘앨범 속에 끼어있는 편지’, ‘나이테는 나무가 어지럼증을 앓는 증거이다’, ‘부러진 칼’, ‘초승달’, ‘숲 속의 암사에서 발견한 목어’, ‘전자현미경 속’, ‘지워진 발자국’, ‘저렇게 작은 물고기(멸치)에도 바닷물결의 칼날 자국은 남는다’, ‘쓰레기더미에서 피어난 꽃’, ‘지하도에서 만난 풍경’, ‘그는 거미처럼 목을 매달았다’ 등등
  [3] 사건이나 정황과 결부시킴
  소재와 깊은 연관이 있는 체험이나 상상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이 경우 소재는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사건의 발단이나 해결의 실마리 등 다양하게 쓰입니다. 예를 들어,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별은 장소적 배경, 시간적 배경, 사랑고백의 실마리, 사랑하는 상대 등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전거 타기를 익히며’, ‘그 해 여름 바닷가에서 생긴 일’, ‘아버지의 뒷모습이 낯설게 느껴진 적이 있다’, ‘차마 이르지 못한 말’, ‘추억’, ‘떠나간 임에게’, ‘할머니의 매니큐어’, ‘달동네 이야기’ 등등
  [4] 자아(自我)와 결부시킴
  인간의 자아(自我)나 자의식과 소재를 결부시키는 방식입니다. 주로 ‘내 안의 ~’, ‘내 머릿속의 ~’처럼 신체와 결부시킨 제목을 달거나, 사물에 화자나 등장인물의 감정을 최대한 이입시킨 글들이 많습니다. 현대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입니다.
  ‘그 장면은 곧 내 심장에 얼음이 되어 박혔다’, ‘그 말이 내 귀를 물들였다’, ‘내 안의 깊은 계단’, ‘귓속을 돌아다닌 바람’, ‘빠져버린 눈알이 되돌아왔다’, ‘문득 돌아보니 낯익은 그림자가 나를 대신하여 울고 있었다’ 등등
    글을 쓸 때 작가는 주제의식을 먼저 지닌 채 그에 걸맞는 소재를 활용하거나 소재로부터 끌어낸 인식을 주제로 삼습니다. 어느 쪽이든 소재를 활용하는 유형은 <거, 미, 사, 자> 네 가지 가운데 하나에 속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이러한 분류에 따라 고루 다양한 구상을 해보는 것은 매우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