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잔의 자유(詩集)

미역귀는 이명을 앓고 있다

湖月, 2018. 10. 13. 14:38



미역귀는 이명을 앓고 있다



​기장 앞 바닷가 난전에 나온 미역

귀를 기울이고 미세한 감각을 더듬는다

출렁이던 물살도 장난스러운 작은 물고기도

꿈처럼 사라지고 낯선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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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진짓상에 오르기 위해

한줄기 해초로 살아남기 위해

작은 귀로 듣고 온몸으로 견딘 고달픈 울음

천 번도 더 흔들려야 귀가 뜨이고 파도 소리

들리며 여리고 하늘거리는 생이 시작되는데

밀물과 썰물의 소실점을 알아내려고

그 작은 귀로 얼마나 동동거렸을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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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珍羞로 다시 태어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세찬 물살의 소용돌이를 견뎌내려고

물의 갈퀴를 움켜쥔 미역귀가 아직도 동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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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시장 바닥에 나온 미역

들리는 듯 들리지 않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낯선 바람을 염탐하는데

이미 미역귀는 이명을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