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바다의 눈물 / 현대문예
湖月,
2018. 3. 12. 16:27
바다의 눈물 / 안행덕
밀려갔다 밀려왔다
누굴 그리 애타게 찾는지
파도의 속삭임이 허물어지면서
푸른 울음이 주춤주춤 망설일 때
새롭게 살아나는 물결
하얗게 넘실대는 사유가
생명의 간이 되는 줄 몰랐다
한가로운 바람은 눈이 부신 햇살 안고
온종일 칭얼대는 물이랑을 달래면
바다의 눈물은 어느새 하얀 꽃으로 핀다
고무래로 밀었다 당겼다 풍랑을 달래던 염부
꽃으로 피어난 분신 같은 결정체를 안고
묵묵히 소리 없이 느낌표를 찍어 넣는다
적멸에든 바다야 세상에 나가서
부드럽게 절여주고 간을 맞추기도 하지만
썩어가는 세상을 만나거든 꼼짝 못하게 염해버려라
짭짤한 간이 되어라
땡볕과 해풍을 가슴으로 안고 꽃으로 피어난 바다
반짝 빛나는 마른 눈물 눈부시다
비 내리는 강 / 안행덕
비가 내리면
강물은 그냥 흐르는 게 아니라네
촉촉한 비를 맞으며 도란도란 속삭이고
작은 동그라미 그리며 노래를 하지
밤 깊도록 비가 내리면
불어나는 강물을 걱정하며
밤길을 걷던 모녀처럼
그렇게 정답게 흘러서 가네
내 어머니 강물처럼 흘러갔어도
내 마음에 새겨진 정 아직 그대로 있네
혼자 걸어도 촉촉이 젖어 오는 정
비가 되어 내 마음에 흘러내리네
아파도 서러워도 끈끈한 그 정 못 잊어
비 내리는 강가를 서성이면
어느새 내 눈에 고이는 눈물
강물 같은 내 마음 비가 되어 흐르네
격월간 현대문예 2018년 정이월호(96호)발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