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밤바다에서
湖月,
2005. 5. 5. 13:41

밤바다에서
- 임정일 -
잔은 비워지고
조개가 익는다.
머언먼 바다의 꿈
비명으로 토해 놓고
고즈넉이 사위는 비애,
물빛 채워지는 잔 속에 달이 어린다.
별 하나
수억 광년을 달려
검은 바다로
떨어져
순간과 영원히 하얗게 부서지며
바다의 이야기가 된다.
날물을 따라 별이 흔들리고
날물을 따라 별은
부서지고
사람들의 소망이
종이 대포의 불꽃으로 피어오르는 밤
바다가 취하고
사람도 취하고
흔들거리며
올라가는 짧은 탄성이
술 취한 바다를 끌어안고 쏟아져 내렸다.
이 밤, 기울이는 한잔 술에
삼켜버린 달빛 안주 삼아
철망 위 익어 가는 조개에게도 꿈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