湖月, 2012. 3. 10. 11:25

 

배짱 / 안행덕




어둠의 그늘에도 생은 있구나

냉장고 안에 핀 양배추 꽃

냉장고 냉기에 몸서리치면서도

봄바람 유혹에 헤픈 정 주었나 보다

연둣빛 춘정에 몸살 앓았나 보다

다 시들어빠진 몸뚱이 어디에 그런 열정 숨었는지

배짱도 좋지

싸늘한 냉장고 속

바닥에 연노랑 사랑을 심고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듯

생을 꽉 움켜쥐고 있다


나도 겁 없이 냉장고에 한번 들어가 볼까

헐렁해진 이 몸도 냉기의 힘을 빌려

숨은 열정 찾아내 싱싱함을 유보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