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보리멸과 손맛

湖月, 2009. 6. 20. 10:11

 

 

 

 

보리멸과 손맛


우리나라 남해는 아름다운 섬이 많다.

육지에서 멀리 바다에 떠있는 섬을 보고 있으면 외로우면서도 처연해

서럽도록 가슴이 저리고 그 아름다움에 아~ 하는 감탄사 절로 나온다.


내 블로그 이웃으로 섬사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이 있는데

그냥 닉네임을 불러 보면 섬사람,

섬에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만으로도 소박하고 정다움이 가득하다.

별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잊지 않을 정도로

덧글도 달고 가끔 안부도하는 이웃이다.

그런데 요즘 바다낚시로 보리멸의 손맛이 좋다는 게시 글을 보고

보리멸이라는 바다 생선이 궁금하다.

나는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했다

몇 년 전 갯벌 체험으로 남해 설천면 문항리를 가본 적이 있어 친구들에게

그때 아름다운 남해 섬에서 조개도 캐고 쏙 도 잡아보고 배도 타보고

찌든 도회지를 떠나니 살맛이 나더라고 미끼를 던졌다.

친구들은 모두 금방 미끼를 물었다. 그러면 그 섬에 가보자고 야단들이다

지난번에는 자동차를 가지고 갔는데 이번에는 버스를 타보는 것도

좋겠다고 의논이 모아졌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다시 보리멸을 생각했다.


친절하게도 민박을 예약한 요한 씨가 자동차로 마중을 나와 주었다.

민박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있는데 섬사람님이 오셨다.

마침 섬사람님은 작은 통통배(낚싯배)를 소유하고 있어 우리는 바다낚시

체험을 하기로 했다.

처음 계획한 갯벌 체험은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배를 먼저

타고 싶어 했다.  바다로 나온 친구들은 넓고 푸른 청정 바다와

멀리 보이는 섬들을 보고 와~ 하며 감탄들이다.

친절한 섬사람님의 도움으로 난생처음 줄낚시를 하는데,

서툴고 어렵지만 몇 번의 지도를 받고 바다에 미끼를 던졌다.

바다 밑에 닿을 때까지 줄을 풀어주고 30Cm 정도 줄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낚싯줄에서 전해오는 느낌을 손으로 감지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줄에서 느낌이 온다.

나도 모르게 “와~ 잡혔다.” 하고 소리쳤다.

처음 느껴본 손맛!

빨리 줄을 당겨야 한다. 미끼만 먹고 달아날 수도 있다고 한다.

부지런히 낚싯줄을 당겨 올려 보았다.

정말 내 낚싯줄에 보리멸이 파닥거리며 매달려있다.

낚싯줄을 바다에 담그고 기다리던 친구들 와~와~ 정말 고기가 잡혔네 하며

부러워한다. 내가 궁금해 하던 보리멸이다.

선장이신 섬사람님이 고기를 작은 쇠갈고리(낚시)에서 빼내시며 요게 보리멸입니다.

하며 이름이 다양하다 한다. 표준어로는 모래무지, 인데

전남에서는 모래무찌 경남에서는 모래무치, 밀찡이, 보리멸 마산에서는

모랫바닥에 사는 망둑어라는 뜻의 모래문저리라 불리며 경북에서는 보리메레치

울산에서는 갈송어 제주에서는 모살치 고졸병 이라고도 한다.

보리가 익을때 많이 잡힌다고 보리멸이라 한답니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작은 어류로 생선회 초밥용 생선 구이 등으로 먹는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보다 좀 자주 줄을 당기며 신나서 으스대니

남들을 잘 웃기는 친구가

“너는 전생에 어부 딸 이었나보다”라며 놀리고 잘 낚이지 않는 친구를 보고는

“너는 아마 전생에 스님 이었나보다”라며 농담을 해 까르르 웃는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배를 흔들었다.

6월의 햇살은 뜨거워도 온 신경이 손에 가 있다.

심연의 저 물고기들은 내 속에 숨겨진 유혹의 올가미를 짐작이나 할까?

조그만 갯지렁이 한 토막 작은 쇠갈고리에 꽂아 미끼로 던져놓고

일렁일렁 흔들며 아무 의심도 없는 부처 같은 저 물고기를 유혹하는 나

마음 먼저 윤나게 닦을란다.

누구를 유혹 하기보다 내 마음을 먼저 비우고 진실을 보여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낚싯줄을 쥐고 바다 밑을 상상하며 아무 번뇌 없이 자유로운 물고기에게서

인생을 배우고 오뉴월 뙤약볕에서 땀 흘리는 어부와 농부의 자연 사랑이

나에게 무한한 교훈을 주는 하루였다. 


두 시간쯤 낚은 고기가 제법 많다. 물론 반은 선장이신 섬사람님이 잡았지만,

민박집에서 직접 손질하고 회를 만들어 먹는 즐거움까지 누렸으니

유쾌 통쾌 상쾌한 하루였다



2009년 6월 15일 湖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