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봄밤

湖月, 2009. 3. 18. 21:05

 

 

 

봄밤



경남 합천에서 黃 江 물줄기 따라가다 보니 작은 分校 하나 있었네.

작은 校舍 한 채 남쪽을 바라보고 차렷 자세로 단정히 서 있고

교정은 텅 비어 있는데 교사 앞의 작은 화단에 갖가지 꽃들이

교정을 떠나간 아이들 대신 노랑, 하양, 분홍, 나름대로 모양을 낸

이름표를 달고 해맑게 웃고 있다.


숙소에 늦게 도착한 일행들은 짐을 던지듯 놓고 우선

민생고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식당으로 가잔다.

식당은 이미 연락이 되어 있어 벌써 식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메뉴는 양념 오리불고기~

입담 좋은 어느 문인 아저씨 한입 입에 넣으며 한마디 한다.

공짜라도 소고기는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사먹지 말고

오리고기는 내 돈 주고 사먹고, 남이, 먹는 것도 뺏어 먹으라는 말이 있답니다.

어서들 많이 드세요. 빼기지 마시고요. 하하하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옮겼다.

敎室을 개조해 만든 모임장소는 꽃샘추위를 견디기 좋을 정도의

온돌방이다. 넓은 교실에 노래방 시설까지 준비된 안성맞춤이다.

3월 정기총회가 시작되고 주최 측은 이달의 생일인 문인들의 축하케이크까지

준비하는 세심함을 보여주어 한층 더 정감이 넘쳤다.

사무국장의 결산보고와 안건 토의, 교수님들의 인생과 시와 철학 이야기를 이어

시낭송으로 이어지고 밤은 깊어갔다.


자유 시간이 되었다

노래방이 취미인 분들과 야영이 좋다는 분들로 나누어졌다.

교정 한쪽에 만든 모닥불에 통나무의자를 둘러놓은 아주 멋진 야영장이다.

모닥불 열기에 꽃샘추위도 아랑곳없이 문학토론이 한창인데

동쪽 산등성이에 열여드레 달이 수줍게 떠오르는 게 보인다.

누군가가 와~ 저 달 좀 보세요. 한다.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누가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하고 선창을 하자

모두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계속 이어지는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 누나 몰래 돌을 던져라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나이 든 문인들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시인도 소설가도 교수도 없다.

모두 철없던 동심이다.

한참 손뼉치며 노래를 부르다 보니 산 등에 수줍던 달님은 어느덧

엉큼하게도 목련꽃나무의 봉곳한 젖무덤에 슬쩍 기대어선 채 촌스럽게

우리를 내려다본다.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풍경에 모두 와 소리 연발하며,

밤이 새도록 지칠 줄 모른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도록 가꾸고 보존되기를 희망해본다.


2009.0314  湖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