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봄비 맞으며

湖月, 2012. 3. 8. 22:32

 

봄비 맞으며 / 안행덕


그대 떠나던 날도 봄비 내리는 날이었지

나 오늘 우산도 없이 그 섬진강 가에서

건네지 못한 내 목소리 찾고 있네


지난날의 사연 알고 있다는 듯 히히 낙락

쑥덕거리며 흐르는 저 강물 위에

그대 손가락처럼 그대 이름 썼다 지우는

물푸레잎, 나를 보고 찡긋 윙크를 하고

봄비에 팔팔해진 풀잎도 정사를 꿈꾸네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내리는 빗물도

내 가슴을 적시며 흐르는 내 눈물도

쑥덕거리는 강물 따라 흘러만 가는데

영영 되돌릴 수 없는 그 시간 붙잡고

빗속을, 나 혼자 그냥 서성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