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봉선화 추억

湖月, 2007. 8. 14. 22:02

 

 

봉선화 추억 /안행덕


 

울 밑에선 봉선화 꽃그늘이 길게 누울 때

단발머리 똠방치마 가시나 

공깃돌 놀이도 시들해지고

어미를 기다리다 지친

두 귀는 천 만개로 늘어나지요 

봉선화 씨앗처럼 부어오른 두 볼은

툭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데

죄 없는 봉선화 꽃잎만 하릴없이 돌로 찧으며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입속으로 웅얼거렸지


손톱에 봉선화 꽃물들이면

저승길이 밝아진다는 말은 믿지 않아도

해마다 여름이면

비수처럼 다가오는 옛 추억에

분홍빛 채색으로 가슴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