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부산시인 詩 선집

湖月, 2016. 9. 10. 09:30





수의를 짓다

 

                               안행덕


 

떨리는 손으로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날 

홀연히 떠나신다기에 

노란 안동포 삼베 한 필 끊어다 

어여쁘신 날개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가야 한다고 

주머니조차 만들면 안된다 하십니다 

이승의 맺힌 마음 저승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매듭을 지어서도 안 된다고 하십니다 

실 끝을 옥매지도 말라 하십니다 

치자열매 노란 빛깔 흘러나오듯 

어머니 지나오신 발자국이 

눈물에 번져 흐려집니다 

한 많고 설움 많아 떨치기 힘든 세월 

차마 놓지 못하시고 

눈꺼풀 무겁게 붙들고 계십니다 

훨훨 가볍게 한 세상 날아오르시라고 

금빛 날개 고이 달아 

어머니 수의를 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