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불면의 밤

湖月, 2009. 4. 27. 21:09

 

 

 

불면의 밤 / 안행덕




어둠 속에서 휘청휘청

혼자 멀미를 알고있다

구름처럼 모였다 흩어졌다

다시 덮쳐오는 불안전한 망상

밤마다 미완의 비명이

이명으로 나를 흔든다.

오늘도 죄 없는 나에게

불안은 비수처럼 겨누고

캄캄한 허공이 고스란히 무너져 내리는 밤

화선지의 먹물처럼

그대 그리움으로 야금야금 번지다가

하얗게 빈 머릿속에 오락가락하다가

파편처럼 산산이 흩어져버리고

쭈그리고 앉아있던 잠(眠)은

부질없이 골목을 배회하던 바람 따라

발걸음 소리도 없이 삼십육계 줄행랑치고

빈 가슴으로 *오도카니 앉아

무심한 허공에 혼자 눈총을 쏜다.

 

 


*오도카니[부사] ㅡ작은 사람이 넋이 나간 듯이 가만히 한자리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