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산성문학/ 난설헌에게

湖月, 2017. 12. 18. 17:36





난설헌蘭 雪 에게 / 안행덕

 

 

선계仙界를 그리며

갓 핀 부용처럼, 수련처럼,

애잔하게 피었다가

짧은 생을 애달게 울던 사람아  

 

양유지사楊柳枝詞 흐르는 그대 거닐던 호반

눈썹 같은 버들잎 사이로

저고리 고름 풀리듯

대금 한 자락 휘감긴다  

 

호반에 어둠으로 묻힌 그대의 시간

하나 둘 일어나 나를 흔들고

호수를 흔들어도

선계의 도량 읽어내는 재주 없어

서럽기만 하여라  

 

채련곡採蓮曲에서 연꽃 따 던져놓고

반나절 부끄럽다 하더니

이제는 애타는 그리움 없고

 

부용 꽃 떨어지는 애절한 사연 같은 일 없을 터

(그래서)

나도 그대 계신 선계를 그리워하네

 


게발선인장 / 안행덕

 

 

우리 집에 화려한 공작 한 마리 산다

목숨을 담보로 무성하게 자라나는 발

게 발 몇 개 잘라냈다고 죄가 될까 싶어

눈물은 못 본 척 게걸음으로

작별을 재촉해 동행했지만

살아있는 발을 잘랐으니 얼마나 아플까

낯설고 물 설은 타향 같은 은신처

작은 화분 하나 제공했지만

잘린 발로, 목발도 없이 혼자 일어서려

얼마나 힘들었을까

목마를 때 물 한 방울 준 일밖에 없는데

상처 난 발끝이 아물고 새살이 돋고

발끝마다 진분홍 꽃을 매달고 보란 듯이 웃는다

옮겨온 지 3년 차 발끝마다 꽃무늬로 단장하고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꼬리를 활짝 펴고

아늑한 거실에서 대관식을 꿈꾼다

 


산성 문학 2017년 제 4호 초대시로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