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의자(詩集)

살다 보면

湖月, 2012. 3. 8. 23:10

 

살다 보면 / 안행덕

 

 

 


너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몰라

어디든 둥지를 틀려고 살피다

마음먹고 내게 덤벼든 거야

작은 풀잎처럼 부드럽게

이슬처럼 영롱하게

안개처럼 보이지 않게

내 안에 둥지를 틀었지

하늘과 땅 사이 다 찾아보아도

당신 같은 이 없다

감언이설로 내 작은 초가를 허물었지

모두다 떠돌이 세상살이

하필이면 왜 당신이었나

살면서 수없이 물음표를 던지고

가장 서러운 날엔 말없이 돌아서서

그렇게 울기도 했지

살아갈수록 서툴기만 한 세상

맨몸 맨발로 버틴 삶이 서러워

작은 초가는

벅찬 대들보를 말없이 놓고 싶었지

와르르 무너지는 심장 소리에

힘겹게 붙드는 걸 너는 모르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집

너무도 서러워

괜스레 눈물이 나고

그냥 스르르 무너지고 싶어

사랑한다는 너의 그 말이 생채기가 되어

보랏빛 그늘에서

지금 꽃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