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새댁

湖月, 2009. 4. 6. 10:42

 

새댁  / 이동주(李東柱)

 

 

새댁은 고스란히 말을 잃었다.

친정에 가서는 자랑이 꽃처럼 피다도,

돌아오면 입 封(봉)하고, 나붓이 절만 하는 蝴蝶(호접).

눈물은 깨물어 옷고름에 접고,

웃음일랑 조용히 돌아서서 손등에 배앝는 것.

큰 기침 뜰에 오르면

拱手(공수)로 잘 잘 치마를 끌어

문설주 반만 그림이 되며

세차게 사박스런 작은아씨 앞에도

너그러움 늘 慈母(자모)였다.

愛情(애정)은 법으로 묶고

이내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게

宮體(궁체)로 얌전히 상장을 쓰는......

머리가 무룻같이 端正(단정)하던 새댁

지금은 바늘귀를 헛보시는 어머니.

아들은 뜬 구름인데도

바라고 바람은 泰山(태산)이라

조용한 臨終(임종)처럼

기다리는 새댁.

<1941년>

이동주 李東柱1920.2.28ㅡ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