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생불을 만나다 / 부산시단

湖月, 2020. 5. 23. 18:14

생불을 만나다 / 안행덕

 

 

바람마저 합장을 하는지

절간처럼 조용한 외진 뜰 분재 화원

한 귀퉁이에 가부좌 틀고 앉은

소나무 분재盆栽

 

백열등을 향로처럼 머리에 이고

등신불처럼 자비로운 미소로

수행 중이다

 

사지를 철삿줄로 묶인 채 무아에 든 생불이다

소신공양하듯

두 눈 딱 감고 합장하며 화르르 제 몸 불사르고 있다

 

두 손 두 발 묶인 채

온몸에 거룩한 경전을 새기고 있다

 

억겁의 죄를 사죄하듯

잎마다 향을 피운다

 

어쩌다 꿈에 본 부처를 만난 듯

새순 잎마다 미소가 핀다

 

 

 

 

2019년 부산시단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