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선인장

湖月, 2006. 3. 25. 21:05

 

 

 

     선인장  

 

                                                                   湖月    안행덕

 

정말 몰랐어요


밝은 빛을 따라나왔을 뿐이에요

넓고 푸른 초원에서 가시 왕관을 들고 왔지요

보는 이마다 모두 안쓰러워해요

얼마나 죄업이 크면 가시를 가슴에 달고 사냐고요


겨우 가시 하나 빼어내면 또 그 옆의 가시가 더 뾰족이 자라나데요

가시가 쿡쿡 찔러댈 때마다 아프다고 소리쳐요

그런데 아무도 들은 체도 하지 않아요

어쩌다.

전생에 진 죄업이 얼마나 크기에

가슴에 가시를 달고 태어난 걸까 고민도 했지요

그래서 혼자서 모질게 다짐했어요

 

어차피 내 몫의 업보라면 요

날마다 고인 아픔을 끌어내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피워 보려고요

 

20060105


월간 한비문학2006년 4월호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