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솟대가 보낸 전문

湖月, 2021. 6. 21. 17:44

 

 

솟대가 보낸 전문 / 안행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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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 산성 북문에서 범어사로 내려오는데

아득한 허공에

수묵담채 진경으로 새 떼 한 무리

마른 나뭇가지 끝 높이 올라앉아

무설설 불문문 경지에 닿으려

무리 지어 경전을 펼쳐놓고 숙독 중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메신저가 되라고 만든

솟대

누가 만들었나

신의 영역을 탐내는

하늘에 닿고 싶은 저 소망

하늘 높은 장대 끝에서 가느다란 목을 빼고

전문을 기다린다.

 

내 마음속 소망을 알아차린 듯

이 마음 하늘에 타전됐는지

범어사의 독경 소리 물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시집 『바람의 그림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