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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湖月,
2009. 2. 6. 16:57
수선화 / 안행덕
언제나 말 없으시다
퍼런 피멍이 보일까
앞가슴 단정히 여미신다.
바람 잘 날 없는
고단한 층층시하의 세월
잔잔한 수면위로, 깊은 한숨
노랗게 풀어서 흘려보내고
수줍은 미소로 그렇게 피어나셨다
소담스런 꽃망울 곱게 피워놓고도
언제나 다소곳이 수줍으시다.
밤새 돌아오지 않는 지아비는
하늘이라 정해두고
찬바람 수선화만 가여워하시던 어머니
호접처럼 은빛 날개 접으시고
창호지에 귀 기울이시다
바람의 여유를 찾으려는 듯
인고의 쓴 잔을 다 마셔버리고
툭 떨어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