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숯 불가마 앞에서

湖月, 2010. 4. 11. 18:38

 

 

 

 

 

숯 불가마 앞에서 /안행덕

                                                  


활활 타오르는 숯가마 앞에서

찜질 마니아들 따라 가랑이 벌리고 앉는다

전신에 흐르는 땀을 의식하며

꽃처럼 피어나는 불의 유희 속으로

참나무가 되어 서서히 타들어간다


산속에서 수도승처럼 고요하게 전생(全生)을

하늘만 보고 살아온 정갈한 참나무

타고 남은 고열에서 나오는 음이온

허름한 내 몸을 정화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천도의 불길에 겁없이 다가앉는다.


숯 불가마의 눈부신 불꽃에 내 한 생이 살고 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허둥지둥

건너온 반백 년, 한 송이 불꽃이 되어 사라지고 있다

연옥이 거기에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