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람과 詩(詩集)

숯 불가마 앞에서

湖月, 2012. 3. 8. 16:31

 


숯 불가마 앞에서  / 안행덕                                        

                                            


뜨겁게 타오르는 숯가마 앞에서

찜질 마니아들 따라 가랑이 벌리고 앉는다

흘러내려 나를 적시는 땀의 *애드립에 빠져

꽃처럼 피어나는 불의 유희 속으로

참나무가 되어 서서히 타들어간다             


산속에서 수도승처럼 고요하게 전생(全生)을

하늘만 보고 살아온 정갈한 참나무

천도의 불길에서도 가부좌를 풀지 않는다

나무의 혼이 활활 타올라 정화되는 순간

허름한 내 몸, 울음 우는 숲이 되어 점점

숯가마 *불잉걸에 겁 없이 다가앉는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허둥지둥 건너온 반백 년

커다란 아궁이 눈부신 불꽃 속

거기 

희끗희끗한 내 한 생이 파노라마로

한 송이 불꽃으로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