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문

[스크랩] 꽃샘추위

湖月, 2011. 3. 27. 14:43

 

 

      

 

꽃샘추위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라는 봄을 노래하는 노랫말에는 삼월이면

봄이라는 말인데 올해는 유난히 봄이 멀게만 느껴진다.

삼월도 다 가고 4월이 오는데 아직도 꽃샘추위는 물러갈 생각을 안한다.

누구를 시샘한다는 것은 자기보다 잘되거나 나은 사람을 공연히 미워하고

싫어함 이라고 하는 데 나는 샘을 낸다는 것은 자기 발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보고 느끼고 미워하고 싫어할 게 아니라 나를 갈고 닦아 남이

나를 샘나게 만든다면 바로 자기 발전이 아닐까 싶다.


꽃샘추위도 한목 하지만 바깥 날씨보다 우리 집은 더 썰렁하다.

내가 추위를 남보다 더 타는 탓도 있지만 섬나라에 있는 딸도 걱정이고

방사능의 위력이 그렇게 무섭다는데 그것이 우리 생활에 없어도 안 된다고

하니 공포 분위기에 질려 마음이 춥기 때문인가 보다.

 

집안에서 춥다고 웅크리고 있지 말고 산책을 하러 가잔다.


오륜동 본동으로 가는 도로 양쪽 100m쯤 개나리꽃 나무가 울창한데 응달은

이제 망울지는데 양지쪽은 병아리 주둥이 같은 노랑 꽃잎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해

며칠 지나지 않아 만발할 것 같다.

꽃샘바람에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장갑을 끼고 옷깃을 단단히 여미며 걸어가는데

개나리는 잎도 아직 나오지 않아 맨몸으로 찬바람을 맞으며 생긋이 웃는 모습이다.

한겨울 찬바람도 꽃샘바람도 모질게 괴롭혔을 터인데 저렇게 생긋이 웃는 모습에

지나가는 바람도 샘을 내는 모양이다.




막 피기 시작하는

개나리꽃 옆을

찬바람이 심통을 부리며 지나갑니다. 


그래도 노랑 꽃 입술은

곱게 웃기만 합니다


병아리 눈물만 한

저 작은 꽃잎에

커다란 용서가 가슴 가득

숨어 있는 줄 몰랐습니다




  2011.0327 湖月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湖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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