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스크랩] 나의 라이벌 / 천양희
湖月,
2010. 7. 10. 11:26
나의 라이벌 / 천양희
사는 것이 더 어렵다고 시인은 말하고
산 사람이 더 무섭다고 염장이는 말하네
어렵고 무서운 건 살 때 뿐이지
딱 일주일만 헤엄치고 진흙속에 박혀
죽은 듯이 사는 폐어肺漁처럼
죽을 듯 사는 삶도 있을 것이네
세상을 죽으라 따라다녔으나
세상은 내게
무릎 꿇어야 보이는 작은 꽃 하나 심어주지 않았네
인생이 별거야 하나의 룸펜이지 누구는 말하지만
나는 어둠의 한복판처럼 어두워져
생활을 받들 듯
고통을 씀으로써 나를 속죄했네
아무도 사는 법 가르쳐주지 않는데
누구든 살면서 지나가네
삶은 무엇보다 나의 라이벌, 나를 쏘는 벌
<문학수첩> 2009. 겨울호
천양희 시인
1942년 부산 출생, 1965년 박두진 추천 시 ‘정원(庭園) 한때’로 ‘현대문학’등단
1966년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 1983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으로 작품활동 재개,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등이 있고, 짧은 소설 「하얀 달의 여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등을 출간했다. 1996년 소월시문학상을, 1998년 현대문학상 2005년 공초문학상을 수상했다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호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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