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스크랩] 난설헌蘭 雪 軒 에게

湖月, 2012. 12. 4. 18:28

 

 

 

 

 

 

난설헌蘭 雪 軒 에게/ 호월안행덕

 

 

선계(仙界)를 그리며

갓 핀 부용처럼, 수련처럼,

애잔하게 피었다가

짧은 생을 애달게 울던 사람아


양유지사(楊柳枝詞) 흐르는 그대 거닐던 호반

눈썹 같은 버들잎 사이로

저고리 고름 풀리듯

대금 한 자락 휘감긴다


호반에 어둠으로 묻힌 그대의 시간

하나 둘 일어나 나를 흔들고

호수를 흔들어도

선계의 도량 읽어내는 재주 없어

서럽기만 하여라


채련곡(採蓮曲)에서 연꽃 따 던져놓고

반나절 부끄럽다 하더니

이제는 애타는 그리움 없고

부용 꽃 떨어지는 애절한 사연 같은 일 없을 터

(그래서) 

나도 그대 계신 선계를 그리워하네

 

 

 

낙화암에서 / 호월 안행덕

 

 


허기진 강물은

느리게 하느적 대며

흔적을 감추려 하는데

 

천 년을 물속에 갇히어

강바닥을 흔드는 이여

칼날 같은 정절 위에

혼불을 베어 뉘이고

태연하게 꽃잎 되어

떨어진 백제 여인아

 

시공을 넘어와

고요한 가슴에

이슬 같은 눈물

박하향처럼 뿌리고

비눗방울처럼

허공을 딛고 선 이여

 

백마강 물 위에

그대의 심장 소리 같은

툭툭 낙엽만 지고


 

  

계간문예지 [문예시대] 2012년 겨울호 발표

 

 

출처 : 문학 한 자밤
글쓴이 : 湖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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