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香氣

신발

湖月, 2017. 6. 6. 14:07




신발

이명우

영동대교 난간 옆에 주인 없는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잠을 자러간 주인을 기다리듯

고요히 웅크리고 있다

허공으로 뛰어든 발

풍덩,

물의 목을 조르던 몸이 서서히 풀리자

물은 조용히 입을 닫는다

왔던 길에서 갔던 길로

갔던 길에서 왔던 길로 오가며

고린내 나는 무게를 채웠던 구멍,

바람이 신발코부터 뒤꿈치까지

쓰다듬어주고 있다

햇살이 발처럼 쑥 들어오는데

공사현장에서 풀풀 날리던 먼지들이 각질처럼 붙어 있는데

그림자도 끝까지 신발을 지키고 있는데

자동차는 추모객처럼 줄을 잇고,

발이 없는 신발은 목이 없는 것 같다

텅 빈 관처럼, 누군가가

뚜껑을 닫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