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아담의 진실

아바타 지우기

湖月, 2024. 11. 11. 08:27

아바타 지우기 / 호월 안행덕

노란 울음이 지친 듯

붉은 얼룩으로 변해 가는데

숲의 웅성거림은

나를 보고 키득거린다

멀쩡한 잔돌 툭툭 발길질해대도

체머리 설레설레 흔들어 봐도

상처의 기억은 꼬리를 문다

오래전 삼킨 울음이 살아서

봉인을 뜯고 들썩거린다

고막을 염탐하는 모스부호

거추장스러운 기억은 삭제하라

타닥 타다닥 암호로 타전된다

응답에 접수된 필름

재빨리 명령에 복종하니

흘러간 다큐멘터리 한 편

휘리릭 바람 따라 사라진다.

시집 『아담의 진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