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애니껜

湖月, 2010. 1. 20. 23:37

 

 

 

애니껜 / 안행덕



인생역전을 꿈꾼 것이 죄였다

돈에 눈멀었고 밥이 그리워

멕시코 유카탄 메리다 농장에 짚신 신고 갔다


애니껜을 자르기도 전에

가시는 짚신을 뚫었다

붉은 피는 용설 난의 끈적끈적한 젖이다

한 많은 삼베 등걸에 젖어든 땀방울 질척거릴 때

사정없이 내리치는 이방인의 채찍

콸콸 쏟아지는 분노 참을 수 없어

늙은 아비 우물에 밀어 넣고

밤새도록 공동묘지에서 혼자 벌을 서기도 했다


김가는 킹, 이가는 가르시아, 최가는 산체스가 되어

애니껜 가시 숲에 인생을 묻고

그렇게 유령처럼 살았다


그랬다. 뜨거운 불볕도 애니껜 가시도

끓는 피의 분수를 막지는 못했다.


* 멕시코이민 100주년 되는 해 2005


육필문학 2010년1월 12집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