湖月, 2012. 3. 4. 17:14

 

 

어름산이  / 안행덕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서

익살을 떨며 외줄을 타는 묘기에

줄 아래 선 나는 손에 땀이 난다

그의 화려한 손짓 발짓에

넋을 놓고 잦아드는 마음 졸이다가

광대의 여유로운 넉살에

박수를 보내는 늙은 아버지


삼대독자 외아들 손 끊긴다는

부모님 성화에 작은댁을 들인 날부터

광대가 되어 줄꾼처럼

안채와 사랑채에 외줄을 매어놓고

달도 없는 야밤에 줄을 타셨다


두 번째도 딸을 낳아 죄인이 된 조강지처

외줄 위의 지아비 흔들릴까

맘 졸이던 정부인

한숨 소리는 이슬에 젖은 외줄에 매달리고

그 줄을 타고 멀미를 하셨을 아버지  


알 듯 말듯 한 그 정

나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

인생의 외줄에 선 나

바람과 세월이 함께 줄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