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作

어이할꺼나

湖月, 2008. 2. 15. 12:11

 

 

불타는 국보1호 숭례문

 

민족의 자존이 화형 당하던 날 / 안행덕

 

 

굽이굽이 버거운 역사의 상처를

조용히 끌어안고 침묵하던 임아

어지러운 불빛도 요란한 소음도

다, 너그러운 미소로 인내하던 임아

조선의 끈기처럼 사대부의 긍지처럼

의연하고 믿음직했던 우리의 자존이여



사노라니 온갖 풍상 다 겪으면서도

긴 세월 끈기 있게 그 자리를 지켜온 인내

조상의 정신과 정서를 가르쳐온

민족의 얼이었던 임아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미련하기 그지없는

후손들을 만나 처참한 화형을 당할 줄이야

 

 

내 선조의 역사와 넋이 불길에 싸여 통곡하는 걸

멀리서 망연자실 보고만 있어야 하는

어리석고 초라한 민초(民草)인걸 치를 떨며 서러워했네 

날아갈 듯한 처마의 기와가 와르르 무너질 때

이 작은 가슴만 숭례문 기왓장처럼 와르르 무너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