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잔의 자유(詩集)

여각旅閣 이었네

湖月, 2018. 10. 13. 09:43



여각旅閣 이었네


빗금을 긋는 장맛비 무슨 생각을 할까

유리창에 낙서하며 툭툭 떨어지는

빗물의 여행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생각하다가 인생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나를 돌아보고

꽃잎처럼 피고 지는 인생이 궁금해진다

울다가 웃다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가버린 세월

반백 년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돌아보니 첩첩 깊고 험한 산 중

내 인생 계곡은 가파른 협곡이다

누구나 잊지 못할 사연 없을까마는

관절마다 새겨놓은 숱한 시름들이

그리움으로

멀리 떠나온 길들을 더듬어 불러들인다

후회해도 다시 올 수 없는 그 시절

잠시 떠나온 여행길

하룻밤처럼 묵어가는 이 세상

바로 여각이 아니겠는가